THE 천하도
第八話 ▸ 위계의 비밀
일곱 종족이 있다. 그 위로 봉인된 또 셋이 있다.
향정숲의 서쪽 끝은 가파른 능선이었다.
엘스의 거처에서 반나절을 걸은 끝에, 하천강과 엘스는 작은 능선 꼭대기에 도착했다. 능선 너머로 향정숲이 끝나고 그 너머로 광활한 풀밭이 펼쳐졌다. 풀밭의 색깔은 익숙한 녹색이 아니라 살짝 푸르스름한 청록색이었다. 그 풀밭 너머로 멀리 흐릿한 산맥의 윤곽이 보였고 그 산맥의 한 끝에 푸른 호수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햇빛에 반짝였다.
"…저게 청해야?"
"…응. 정확히는 청해의 동쪽 호수. 청해 도시는 그 호수의 북쪽 변에 있어."
엘스가 손가락으로 풀밭 너머의 한 점을 가리켰다. 그녀의 강아지 귀가 살짝 쫑긋해졌다. 자기가 가야 할 곳을 멀리서 한 번 확인하는 짐승의 본능 같은 작은 동작이었다.
하천강이 자기 손등 위의 마블링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마블링 안에 풀밭과 산맥과 호수의 작은 좌표 점들이 흘러 들어와 새로 그려지고 있었다. 격이 1이라는 점은 마블링의 가시 영역이 1.2km 정도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멀리 있는 청해 호수의 한 점도 흐릿하게 마블링 안에 떠올랐다.
'…1격이라기엔 너무 멀리까지 보이는데. 엘스가 어제 했던 그 말 처럼.'
엘스의 옆얼굴을 한 번 살짝 곁눈질로 보았다. 그녀는 풀밭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햇살이 그녀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 위에서 살짝 부서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내려가자. 능선 너머에 작은 우물이 있어. 거기서 한 번 점심을 먹고 풀밭을 가로질러 가는 게 좋겠어."
우물가의 점심
엘스의 작은 가죽 가방에서 둥근 떡 같은 빵 두 개와 작은 단지가 나왔다. 단지 안에는 어제 마셨던 침엽수 차가 식은 채로 들어 있었다.
"…빵을 좀 먹어 둬. 사람의 몸으로 돌아온 첫날이라 무리는 안 가겠지만 그래도 우리 종족이 먹는 빵이라 잘 받을 거야."
하천강이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향나무의 향이 살짝 났다. 살짝 단맛이 깔린 거친 통곡물 빵. 슬라임 시기의 옅은 푸른 죽과는 완전히 다른 식감이었다.
"…맛있다."
"…내가 오늘 새벽에 미리 구운 거야. 사람의 몸으로 돌아오면 단단한 음식이 그리울 거라 생각해서."
엘스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자기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녀의 작은 잇몸이 빵을 야금야금 베어내는 그 모습이 묘하게 강아지가 뼈를 갉는 모습과 닮았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 번 그 모습을 본 후에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살짝 어색해졌다.
"…그런데, 엘스. 어제부터 묻고 싶었던 게 있는데."
"…응. 뭐든."
"…이 세계에 종족이 어떻게 어떤 위계로 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려 줄 수 있어? 엘스의 종족, 내가 잠깐 거쳐 본 슬라임족, 지금 내가 진화한 하이휴먼족, 그리고 「봉인된 세 종족」이라는 말. 청해에 가기 전에 한 번 정리를 해 두고 싶어."
엘스가 한 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기 무릎 위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한 번 가볍게 털어 내고 자세를 살짝 고쳐 앉았다.
일곱 종족
"…우리 천하도의 세계에는 살아 움직이는 종족이 모두 일곱 있어. 그 중 위쪽의 셋은 봉인된 종족이고 아래의 넷이 지금 활동하는 종족이지. 위에서 아래로 한번 알려 줄게."
엘스가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서, 우물가의 흙바닥 위에 천천히 일곱 칸의 사다리를 그렸다. 가장 위의 한 칸. 그 아래의 두 칸. 그 아래의 또 한 칸. 다시 그 아래로 세 칸. 마지막에 한 칸. 한 칸씩 그릴 때마다 작은 동그라미를 그 안에 그려 넣었다.
▲ 七 뫼비우스(Möbius)
▲ 六 마룡족(魔龍族)
▲ 五 제네시스족(Genesis)
봉인의 경계
▼ 四 하이휴먼족(High-Human)
▼ 三 휴먼(Human)
▼ 二 하프와일드라이프(Half-Wildlife)
▼ 一 로그플랜트(Log Plant)
엘스가 사다리의 가장 아래 칸을 한 번 짚었다.
"…가장 아래는 로그플랜트야. 식물에 가까운 하급 종족이지. 의식이 거의 없고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채 평생을 살아. 마수의 위협을 거의 받지 않지만 한 번 위협을 받으면 도망갈 수 없어. 그래서 자기 몸 안에 독이나 향기를 기르는 방향으로 진화했어."
"…식물 종족이라."
"…하천강이 잠깐 거쳤던 슬라임족은 사실 로그플랜트와 하프와일드라이프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좀 특이한 종족이야. 위계 사다리에 정확히 끼워 넣기가 어려워서 보통은 사이 종족으로 보지."
엘스가 사다리의 두 번째 칸을 짚었다.
"…그 위가 하프와일드라이프 야. 나의 종족이지. 사람의 몸에 동물의 일부가 깃들어 있어. 나처럼 강아지 귀를 가진 사람도 있고, 사슴 뿔을 가진 사람도 있고, 새 깃털을 어깨에 가진 사람도 있어. 어제 광장에서 본 사람들이 모두 우리 종족이야."
"…그러면 사람과 동물 사이의 종족이라는 거네?"
"…정확해. 그래서 사람의 사회성과 동물의 본능이 모두 살아 있어. 청해에 가면 더 다양한 우리 종족을 볼 수 있을 거야. 향정숲에 사는 우리는 사실 우리 종족 중에서도 좀 시골에 사는 무리야."
엘스의 작은 농담 같은 한 마디에 하천강이 살짝 웃었다. 향정숲에서 한 번 광장의 50명을 봤지만 청해에는 그 몇 배의 하프와일드라이프가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엘스가 사다리의 세 번째 칸을 짚었다.
"…그 위가 휴먼족 이야. 천강이 17년 동안 살아온 그 종족이지. 하프와일드라이프와 가장 가까운 종족이고 사실 외형만 보면 거의 구분이 안 돼. 다만 휴먼은 동물의 특징이 없고 그 대신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어."
"…우리 세계의 사람과 같은 거구나."
"…응. 그리고 그 위가 하이휴먼족 이야. 어제 천강이 진화한 그 종족. 하이휴먼은 휴먼의 외형을 거의 그대로 가지지만 「이능(異能)」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지."
"…이능?"
"…응. 천강의 「지도화」 같은 능력. 천공계를 통해 발현되는, 사람이 보통은 가질 수 없는 그런 능력. 100명의 휴먼 중에서 한 명 꼴로 자기 안에 이능의 씨앗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그 씨앗을 자기 의지로 발화시키는 사람만이 하이휴먼으로 진화해."
봉인된 셋
엘스가 사다리의 가운데 점선을 한 번 짚었다. 「봉인의 경계」.
"…여기 위쪽이 우리 종족 중에서 봉인된 세 종족이야. 800년 전에 한 번 큰 사건이 있었는데 그 결과로 위쪽 셋이 봉인되었어."
엘스가 사다리의 다섯 번째 칸을 짚었다.
"…제네시스족(Genesis). 「창조하는 자」. 자기가 만든 무엇이든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종족이야. 천하도의 9중 원환 그 자체를 만든 종족이라고도 알려져 있어. 외형은 휴먼과 거의 똑같지만 한 사람이 보통 800년 이상을 살아."
"…800년이라고?"
"…응. 그 위가 마룡족(魔龍族). 「용의 권위와 사람의 마음을 모두 가진 자」. 거대한 용의 형태와 사람의 형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종족. 하나의 마룡은 도시 하나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해."
"…그리고 가장 위의."
엘스가 사다리의 가장 위의 칸을 짚었다. 그녀의 강아지 귀가 한 번 살짝 옆으로 늘어졌다.
▲ 七 뫼비우스(Möbius)
"…모든 종족의 정점. 사람의 모습과 닮았지만 사람의 결이 아닌 무엇인가. 차원과 차원 사이의 경계를 다루는 종족이야."
"한 마리의 뫼비우스가 한 자리에 서 있으면 그 자리의 「안과 밖」이 한 번에 뒤집혀. 그래서 뫼비우스라는 이름이 붙었어. 한 면과 다른 면이 서로 이어지는 그 띠 같은 종족이라서."
하천강이 한 번 작게 침을 삼켰다. 「뫼비우스」. 어제 책에서 봤던 단어. 향정고 도서관의 연표에 적혀 있던 그 마지막 한 단어 「봉인의 외측 좌표가 깨어났다」 의 봉인이 가리키는 그 종족.
"…800년 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어?"
엘스가 한 번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자기 손등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 번 귀 뒤로 살짝 넘겼다.
"…마룡족과 뫼비우스 사이에 분쟁이 있었어. 천하도의 9중 원환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에 대한 분쟁. 마룡족은 9중을 그대로 두고 외해까지의 종족들이 자유롭게 오가게 하자고 했어. 뫼비우스는 9중을 한 면으로 합쳐서 모든 종족이 한 차원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지."
"…차원을 합치자고?"
"…응. 처음엔 좋은 생각처럼 들렸어. 그런데 「합친다」는 게 뫼비우스의 방식으로는 한 면을 다른 면 위로 뒤집어 덮어 버리는 그런 합치기였어. 그렇게 되면 아래의 종족들이 모두 한 번에 사라지게 돼. 마룡족이 그것을 막으려고 일어선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마룡족과 뫼비우스가 한 번 거대한 전쟁을 했어. 거의 모든 마룡이 죽었고, 뫼비우스도 거의 다 사라졌지. 그러나 한 마리의 뫼비우스가 끝까지 살아남아 두 차원을 합치려고 했어. 그것을 막은 게 제네시스족이야."
"…제네시스족이 봉인을 했구나."
"…응. 거의 모든 제네시스족이 자기 생명을 봉인의 핵으로 바꿔 넣었어. 그렇게 마지막 뫼비우스를 봉인했지. 봉인의 결과로 위쪽 세 종족이 모두 동시에 봉인되어 우리 세계 표면에서 사라졌어."
"…그러면 지금은 봉인이 풀리려 하는 거야?"
엘스의 강아지 귀가 한 번 위로 솟아올랐다 다시 옆으로 늘어졌다. 그녀가 한 번 자기 무릎을 한 손으로 살짝 잡았다.
"…풀리려 하고 있어. 800년의 봉인은 영원하지 않거든. 그리고 봉인을 풀려 하는 한 마리의 뫼비우스가 어딘가에 깨어 있어."
엘스의 마지막 한 마디가 묘하게 한 점에서 머무는 듯했다. 그녀는 자기 입에서 그 한 마디가 나가는 순간 자기도 그 무게를 새삼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천강의 자리
"…그러면 나는 이 봉인의 일에서 어떤 자리에 서 있는 거야?"
엘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우물가의 작은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번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다. 그녀의 옅은 갈색 눈동자가 햇살을 한 번 받더니 살짝 푸르게 빛났다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천강. 너는 「봉인의 외측 좌표」가 800년 만에 처음 깨어났을 때 그 자리로 떨어진 한 사람이야. 보통 그런 자리에는 그냥 우연이 떨어지지 않아. 누군가가 떨어뜨리는 거지."
"…누군가가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거야?"
"…그건 청해에 가서 천공계를 살펴 본 후에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야.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너는 이 봉인이 풀리는 일에 아무 관계도 없는 「우연한 외부인」은 아니라는 거야. 너는 이 봉인의 핵심에 가까운 어떤 사람이야."
하천강이 자기 손등 위의 마블링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마블링 안의 좌표 점들이 한 번 작게 깜빡였다. 「봉인의 핵심에 가까운 어떤 사람」.
"…그러면, 어쩌면 나의 「반환의 한 달」도 이 봉인과 관련이 있겠네."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커. 천강이 한 달 안에 다시 A002로 돌아가지 못 한다면 봉인이 완전히 풀려 버릴지도 몰라. 또는 정반대로 한 달 동안 우리가 한 일에 따라 봉인이 완전히 닫힐 수도 있고."
"…그러니까 한 달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 결과 중 하나로 이 세계가 결정된다는 거지?"
엘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살짝 자기 가죽 가방의 끈을 한 번 쥐었다. 무언가를 결심하는 것 같은 작은 동작이었다.
"…응. 그래서 청해에 가서 천공계를 보고 격을 더 올려서 천하도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 외륜 → 외해 → 이외 → 삼경 의 순으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봉인의 진실에 가까워질 거야."
청록의 풀밭을 가로지르며
점심을 마치고, 두 사람이 능선을 내려갔다. 청록의 풀밭이 두 사람을 받아들였다. 풀의 키는 무릎 정도였다. 풀의 끝에 작은 흰 꽃들이 점점이 피어 있었다.
엘스가 풀밭 한가운데에서 한 번 멈춰 섰다. 그녀가 손을 풀의 머리 위로 가볍게 쓸어 가며 걸었다. 작은 흰 꽃잎들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살짝 떨어져 향기를 풍겼다.
"…천강. 한 번 너의 지도화를 시험해 볼래?"
"…어떻게?"
"…한 번 손등의 마블링에 의식을 집중해 봐. 그리고 「풀밭의 한 점」을 마음 안에서 떠올려. 그 점이 마블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한 번 찾아 봐."
하천강이 한 번 가볍게 눈을 감았다. 손등의 마블링이 자기 손등 위에서 살짝 따뜻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마음 안에서 「청록의 풀밭의 한 점」을 떠올렸다. 한 작은 흰 꽃이 핀 자리.
눈을 떴다. 손등의 마블링 안에 한 점이 새로 빛나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그 점을 살짝 짚었다. 머리 위의 작은 빛의 종이가 펼쳐졌다.
📍 좌표 정보
- 향정 풀밭의 한 점
- 종(種): 향정 흰꽃 · 한 송이
- 격(格): 0 (이능 없음)
- 한 송이가 한 강아지 귀의 소녀의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았다 떨어진 자리.
"…!"
정확했다. 마음 안에서 떠올린 그 흰꽃의 자리가 마블링 안의 한 점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좌표 정보의 마지막 한 줄에는 엘스의 손가락이 그 흰꽃에 닿았다 떨어진 자국까지 적혀 있었다.
엘스가 옆에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잘 했어. 「지도화」는 「내가 마음 안에서 떠올린 좌표」를 「실제의 좌표」와 일치시키는 능력이야. 처음에는 「내가 직접 본 자리」만 떠올릴 수 있겠지만 격이 오를수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리도 마음 안에서 떠올릴 수 있게 돼."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리를 떠올릴 수 있다고?"
"…응. 9격에 도달하면 「세계의 어떤 좌표든」 떠올릴 수 있게 돼. 그러면 그 좌표를 마음 안에서 한 번 「변경」할 수 있고, 그 변경이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게 돼. 「현실 편집(現實編集)」이라고 해."
"…그게 9격의 능력이라고?"
"…응. 그러나 9격까지 가는 사람은 800년 동안 한 명도 없었어. 마지막 9격은 800년 전 제네시스족의 한 사람이었어. 봉인을 만든 그 자."
'…800년 전 9격. 제네시스족의 한 사람. 봉인을 만든 그 자.'
…묘하게 그 한 단서가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 800년 전 한 9격이 봉인을 만들었고, 800년이 지난 지금 「봉인의 외측 좌표」가 깨어나면서 한 외부인이 떨어졌다. 그 외부인이 「지도화」 라는 같은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이라 보기엔 너무 깔끔한 짜임새였다.
하천강의 그 표정을 엘스가 옆에서 한 번 살펴 보았다. 그녀가 한 번 작게 한숨을 쉬더니 마지막 한 마디를 살짝 흘렸다.
"…천강. 너의 짐작이 맞는지 틀린지는 청해에 가서 천공계를 본 다음에 답할게. 지금은 그저 한 발자국씩 같이 걸어가면 돼."
엘스가 자기 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한 손바닥을 펴서, 풀의 키 위로. 하천강이 그 손을 한 번 보았다. 어제 새벽 처음 만났을 때 잡았던 그 따뜻한 손이었다.
하천강이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서, 자기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살며시 포갰다. 두 사람의 손이 청록의 풀밭 위에서 잠깐 함께 머물렀다. 풀밭의 작은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한 번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같이 가자, 엘스."
"…응. 같이 가자."
밤의 캠프
하루를 더 풀밭을 가로질러 가다, 풀밭의 한 끝에서 작은 둔덕을 만났다. 둔덕 옆에 작은 시냇물이 있었고 그 옆에 한 그루의 큰 떡갈나무가 있었다. 그 떡갈나무 아래에서 두 사람이 첫 밤을 보내기로 했다.
엘스가 작은 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의 작은 불꽃이 두 사람의 얼굴을 살짝 비췄다. 어제까지의 어둠 속의 푸르스름한 별빛과는 다른, 따뜻한 노란빛이었다.
두 사람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한 손에는 빵이, 다른 한 손에는 따뜻한 침엽수 차가 들려 있었다.
"…천강."
"응."
"…한 가지만 약속해 줘. 청해에 가서 천공계를 본 다음에 너의 격이 빨리 자랄 거야. 그러면 너는 점점 강해져. 그러면서 또 점점 위험한 자리로 가게 되겠지. 마룡족 잔당도 어딘가에 살아 있어."
"…그래서?"
엘스가 모닥불 너머의 하천강을 한 번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옅은 갈색 눈동자에 모닥불의 작은 불꽃이 한 번 비쳤다.
"…너 혼자서 모든 걸 다 짊어지지 마. 한 달 안에 봉인을 닫는 일이든, 너의 본래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든, 무엇이든 「내가 함께 있어」라는 사실은 잊지 마. 약속해 줘."
엘스의 한 마디가 묘하게 가벼우면서도 묵직했다. 그녀가 야광석 해변에서 처음 손을 잡고 향정숲으로 데려와 줬을 때부터 그녀는 단순한 「향정숲의 보호자」가 아니었다. 한 사람을 「800년 만의 한 사람」으로 알아본 누군가였다.
하천강이 모닥불 너머 그녀의 두 눈을 한 번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강아지 귀가 모닥불의 빛 아래에서 살짝 노란빛으로 빛났다.
"…약속해. 혼자 짊어지지 않을게. 너랑 함께."
엘스가 한 번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닥불을 한 번 빙 돌아 하천강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 두 사람의 어깨가 살짝 닿았다.
"…천강. 한 가지만 더."
"…응."
엘스가 한 번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자기 머리를 살짝 하천강의 어깨 위에 살짝 기댔다. 그녀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하천강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고마워. 어제 슬라임이었던 너를 광장으로 데려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또 한 명의 외부인」으로 너를 봤어. 그런데 너는 마블링을 골랐고 「800년 만에 처음」이 됐어. 그건 우리 종족의 모든 어른들이 800년 동안 기다린 일이야. 너는 그것을 한 번에 해 줬어. 그래서 고마워."
"…내가 한 일은 그저 마블링을 손가락으로 하나 가리킨 것 뿐인데."
"…그 손가락 하나가 800년의 무게야. 너는 그것을 들었어."
엘스의 작은 머리가 하천강의 어깨 위에서 한 번 가볍게 작아졌다. 그녀가 한 번 가벼운 호흡을 내쉬었다. 모닥불의 작은 빛이 두 사람의 옆 모습 위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풀밭 너머에서 작은 야행성 새의 울음 소리가 한 번 들렸다. 「휘이ㅡ잇 휘이ㅡ잇」 하는 비익조의 노래.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잠깐 함께 침묵했다. 그 침묵 안에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한 뼘 가까워졌다」는 작은 사실이 가만히 깃들었다.
청해까지 이틀이 더 남았다. 두 사람의 사이는 그 이틀 동안 또 어떻게 변할까. 그 답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첫 모닥불 옆의 첫 어깨 닿음은 분명히 시작되었다.
— 第八話 끝 —
▸ 第九話 「청구에서 온 자」로 이어집니다.
▣ 작가 노트
「뫼비우스(Möbius)」는 19세기 독일 수학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가 발견한 「뫼비우스의 띠」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한 면이 다른 면과 이어지는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한 장의 띠」. 본 작품에서는 차원과 차원의 경계를 「한 면 위로 뒤집어 합치려는」 종족의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제네시스(Genesis)」는 「창조」와 「기원」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며, 본 작품에서는 천하도의 9중 원환 자체를 만든 종족으로 설정됩니다. 「9격 = 현실 편집(現實編集)」은 본 작품 후반부의 핵심 능력으로, 마음 안에 떠올린 좌표를 실제로 변형시키는 최상위 이능입니다.

'지리학자의 본질 > 지리소설 the 천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the 천하도 - 제10화 천공계의 격 (0) | 2026.05.06 |
|---|---|
| the 천하도 - 제9화 청구에서 온 자 (0) | 2026.05.06 |
| the 천하도 - 제7화 하이 휴먼의 깨어남 (0) | 2026.05.06 |
| the 천하도 - 제6화 다섯 빛의 선택 (0) | 2026.05.06 |
| the 천하도 - 제5화 시대의 필드 (0) | 202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