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천하도
第三話 ▸ 외대륙의 첫 밤
— 무 자르듯 갈라진 적과 청, 그리고 눈을 감는 태양.
"으으…"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닫히는 감각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적어도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죽으면 눈꺼풀의 무게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목이 말랐다. 입 안 가득히 모래가 들어찬 것처럼 까끌거렸고, 혓바닥은 사포처럼 마른 채 굳어 있었다. 갈증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시체는 물을 원하지 않으니까.
'…살아는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살아 있어야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낼 기회라도 있는 거니까.
"…응? 여기는…?!"
교실이 아니다. 친구들도 없다. 선생님도 없다 (이건 좀 좋다). 도서관도 아니다. 둥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도, 떡갈나무 책상도, 200년 된 책장도 전부 없다.
아직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목덜미와 팔꿈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살갗 위로 굵은 알갱이들이 굴러다니는 그런 느낌이다. 모래보다는 굵고, 자갈보다는 작은. 그리고 그 알갱이들 너머로, 일정한 박자의 파열음이 들린다.
철썩 — 철썩 — 철썩 —.
"…바닷가, 인가."
무 자르듯 갈라진 적과 청
손바닥을 등 뒤로 뻗어 상체를 지탱하면서, 천천히 몸을 반쯤 일으켰다. 누워 있을 때 시야를 가득 채웠던 붉은 하늘이, 몸을 일으키는 동안 푸른 바다와 만났다.
그런데 너무나 정확한 경계선이었다.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부분에 그라데이션이 없었다. 점점 어두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바뀌는 그런 그라데이션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 칼로 정확하게 자른 듯이, 적과 청이 한 픽셀의 오차도 없이 맞닿아 있었다. 그 경계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한 점에서 이 세계의 어떤 본질이 드러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경계선이었다.
시간은 분명히 흐르고 있는 듯했다. 붉은 하늘은 천천히 검붉은 색으로 변해 갔고, 푸른 바다도 검푸른 색으로 조금씩 색을 바꿔 갔다. 무 자르듯 정확한 경계선은 변하지 않은 채로, 그 양쪽의 명도만이 점점 낮아져 갔다. 결국 두 색은 한 가지 색으로 수렴할 것이었다. 완전한 검은색으로.
시선을 멀리 던졌다.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사라져 가는 해가 보였다.
…아니, 사라지는 것일까?
나에게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는 것처럼 보였다.
엥. 진짜로 눈을 감고 있다, 태양이.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단순한 둥근 빛 덩어리가 아니었다. 둥근 윤곽 안에 분명히 큰 눈동자 하나가 있었다. 그 눈동자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마치 졸음에 빠진 거인이 잠드는 듯이 지긋이 감기고 있었다. 눈동자가 절반쯤 닫혔을 때, 빛은 절반으로 줄었고, 눈동자가 거의 다 닫히자 빛은 거의 사라졌다. 마침내 눈동자가 완전히 닫히는 순간 모든 빛이, 한꺼번에, 꺼져 버렸다.
"…망했다."
한 마디가 저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황당했다. 황당함이 두려움보다 먼저 와 있었다.
태양이 생물 비슷한 것이라면 사실 그런 발상이 드물지는 않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서 시계가 흘러내리듯이, 어떤 작가에게는 태양이 눈을 감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림 속에서나, 시 속에서나, 라노벨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서 태양이 정말로 눈을 감았다.
야광석
하늘이 까매져 갔다. 별들이 하나둘 박혀 들어왔다. 처음 보는 별자리들이었다. 북두칠성도, 카시오페이아도, 오리온도 보이지 않았다. 별의 배치 자체가 다른 그런 하늘이었다.
"…여기, 진짜 다른 곳이구나."
두려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무섭다기보다는, 막막했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을 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에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소설 속 로빈슨 크루소는 그래도 지구의 무인도에서 표류했기에, 익숙한 풀과 익숙한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 문명이 있는 곳일까? 아니면 그냥 내 영혼이 구천을 떠돌다 잠시 머물러 가는 연옥 같은 곳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머릿속에서 온갖 종류의 에러(error)들이 동시에 출력되었다.
한 번, 뺨을 꼬집어 보았다.
아프다.
그래. 적어도 50%의 확률로 죽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뭔가를 시도할 의욕이 생긴다.
머릿속의 에러 메시지들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앉은 자리 근처에서 천천히 빛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착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또렷해졌다. 내 팔꿈치에 묻어 있던 알갱이 중 하나가 노랗게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옆의 알갱이도, 또 그 옆의 알갱이도. 마치 누군가 도미노처럼 한 알, 한 알, 빛을 들여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야광석…?"
자연 상태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차고 다니던 시계의 시계바늘에 형광 물질이 입혀져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시계바늘이 빛나는 그 원리. 그것과 같은 원리로 내 주변의 알갱이들이 어둠 속에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살아생전 야광석으로 만들어진 해변 위에 앉아 본 적은 없었으니까.
희미하게나마 주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있던 곳보다는 덜 문명화된 곳인 듯했다. 인천이나 강릉이었다면 해가 지기도 전에 온갖 LED 조명이 켜지면서 밤의 어둠을 무력화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야광석 외엔 어떤 인공 빛도 보이지 않았다.
가방
반쯤 일으켰던 몸을 완전히 일으키기 위해, 다리를 오므리고 몸을 둥글게 말아 앞으로 살짝 힘을 주어 굴렸다. 그 반동으로 일어섰다. 몸에 묻어 있던 야광석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마치 내 몸에서 별들이 흘러내리는 듯 그런 느낌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때, 내 머리가 있던 자리의 뒤쪽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다. 가로 세로 30센티미터 정도의 사각형 물체.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가방. 가방도 같이 따라왔구나."
중얼거리면서 가방을 주워 들었다. 툭툭 털어보니 역시 붙어 있던 야광석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가방은 분명히 도서관 떡갈나무 책상 옆에 두었던 그 가방이었다. 검은색 폴리에스터 외피, 좌측 옆구리의 작은 카라비너, 그리고 지퍼 손잡이에 매달아 둔 작은 곰돌이 키링.
잠깐의 안도감이 밀려왔다. 영혼만 끌려온 것이었다면, 이런 가방이 따라왔을 리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내 몸과 함께 통째로 어떤 차원을 건너온 것이다.
"…아직 살아 있구나, 진짜로."
바로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가방 안의 물건들이 차례차례 손에 잡혔다. 칼, 가위, 제트스트림 볼펜이 들어 있는 필통, 다이소에서 산 무선 노트,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그리고 얼마 전 구입한 태양광 충전이 가능한 보조배터리.
전부 무사했다. 가방의 지퍼는 플라스틱이라 물에 닿아도 녹슬지 않고, 안의 물건들도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도서관에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기분이 살짝 정말 살짝만 좋아졌다.
4G가 잡힌다
아이패드의 전원을 켰다. 사과 로고가 잠시 떠 있다가, 익숙한 잠금 화면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익숙한 홈 화면.
배터리 56퍼센트.
아껴 쓰면 이 밤 동안 뭔가 할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 보조배터리도 거의 풀충전 상태였다.
그런데 화면 상단의 시계 옆에 익숙한 글자가 떠 있었다.
📶 4G ●●●●○ 🔋 56%
"…네트워크가 된다고?"
아이패드 상단에 4G 표시가 떠 있었다. 신호도 강했다. 다섯 칸 중 네 칸이 차 있었다. 일반적인 도심 한가운데에서 잡히는 정도의 신호 강도였다.
…이게 가능한가? 분명히 다른 세계에 와 있는데? 별자리도 다르고, 태양은 눈을 감으며, 모래는 야광석으로 빛나는데? 그런 곳에서 4G가 잡힌다고?
교양 과학 도서에서 봤던 「평행우주」론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5차원 책장 장면도 함께 떠올랐다.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혼란스러워하고만 있을 시간이 없었다. 4G가 된다면 일단 시도해 볼 것이 너무 많았다. 내가 어디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했다.
"…구글 지도, 가능할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만, 4G가 된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조용히 아이패드 바탕화면의 구글 지도 아이콘을 클릭했다.
로딩 표시가 떴다.
5초.
10초.
15초… 그리고 화면 위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화면에 떠오른 것
처음엔 너무 확대되어 있어서 아무 선도 보이지 않았다. 화면 가운데에 빨간 점 하나, 그리고 그 주변으로 누런 빛깔의 텍스처. 화면 하단의 축척을 확인했다 1센티미터가 실제 거리 1미터 정도. 너무 가까웠다.
두 손가락을 액정에 대고 오므렸다. 줌 아웃.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보통은 5~6번 정도 오므리면 세계지도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다섯 번째 오므렸을 때 나는 아이패드를 떨굴 뻔했다.
📶 4G ●●●●○ 🔋 55% 14:38
天 下 圖
google.com/maps에 표시된 지도 — 익숙한 푸른 바다도, 익숙한 대륙의 윤곽도 없었다.
오직 — 조선의 천하도 — 그 자체가 한 장의 위성 지도처럼
화면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 부주산(不周山), 청구(青丘), 군자국(君子國), 여인국(女人國), 대인국(大人國)…
▸ 그리고 화면 한구석, 외륜의 가장자리에 — 빨간 점.
…말도 안 된다. 여기는 분명히 익숙한 어떤 곳이었다. 화면에 떠 있는 지도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백 번도 넘게 들여다본, 산해경 기반의 한국 관념지도. 부주산이 한가운데에 있고, 그 주변으로 신수들의 이름이 적힌 작은 사각형들이 격자 모양으로 배열된 바로 그 천하도.
그런데 그 천하도가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처럼 내 화면에 떠 있었다.
"…이건. 진짜다…"
위성 사진 모드로 전환해 보았다. 전환되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위성 사진 모드에서도 같은 모습이었다. 물결치는 외해, 산악으로 둘러싸인 외륜, 그리고 가운데의 부주산. 같은 그림. 다만 위성 사진의 해상도로 정밀하게 촬영된 살아 있는 천하도.
화면 한구석, 외륜의 가장자리, 외해와 외륜이 만나는 좁은 해변에 빨간 점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현재 위치」.
…그렇다. 지금 나는 거기에 있는 것이다.
외대륙
화면 한쪽에 작은 정보 박스가 떠 있었다. 평소 구글 지도에서 「현재 위치 정보」가 표시되는 그 박스. 그 안에 적혀 있는 글씨를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떨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 현재 위치
외대륙(外大陸) 외륜 — 향정해(香政海) 동안
天下圖 좌표계 ▸ 외륜·12시 방위
이 지역은 천하도의 외륜에 속하며, 산해경의 기록에 따르면 군자국과 여인국 사이의 해변입니다. 일대는 「하프와일드라이프」 종족과 일부 유랑자들이 거주하며, 야광석(夜光石)이 풍부합니다.
…외대륙(外大陸).
천하도에서, 부주산을 중심으로 한 「내(內)」의 영역과 외해 너머의 또 다른 「외(外)」의 영역. 천하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지도 가장자리의 미답의 영역. 그곳을, 나는 외대륙이라고 부르곤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안의 분류는 그러했다.
그곳에 지금 내가 있는 것이다.
"…향정해."
정보 박스에 적힌 「향정해」라는 단어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향정고등학교의 「향정」. 향기로울 향(香)이 아닌, 방향 향(香)을 쓰는 그 향정.
우리 학교의 이름과 같은 이름의 바다가 천하도 외대륙의 동쪽 해안에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정말로. 짜인 일이구나."
머릿속에서 도서관에서의 사건들이 다시 한 번 정리되었다. 사라진 A002 서가. 석양빛이 만든 그림자. 「세 지도를 함께 품을 수 있는 자」라는 한문 인용. 마지막 페이지의 깜빡이는 빨간 점. 사서교사 경환의 미소. 「한 달 후에 꼭 반납하셔야 합니다, 꼭… 반드시…」.
그리고 어둠 속의 묵직한 목소리들. 「800년 만이군」. 「자기 선택이니, 별수 없다」. 「굿 럭」.
전부 하나의 짜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어딘가에 나는 발을 디딘 것이다.
발자국 소리
아이패드의 화면을 끄고, 가방 안에 다시 넣었다. 배터리는 아껴 써야 한다. 56%에서 어느새 53%로 줄어 있었다. 4G 통신을 유지하면 더 빨리 닳을 것이다. 일단은 위치를 확인했으니 충분했다.
하늘은 거의 완전히 검어져 있었다. 별들이 하나둘 박혀 들어 와 무수한 점이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별자리들이지만, 묘하게 어떤 별의 배치는 익숙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자세히 보니, 머리 위쪽의 일곱 개 별이 천하도의 어느 신수의 형태와 닮아 있었다. 그것은 청구(青丘)의 구미호의 꼬리 일까.
갑자기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천천히, 야광석을 한 알 한 알 밟으면서, 누군가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그락. 사그락. 사그락.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어서 마음이 만들어 낸 환청. 그런데 발자국 소리는 점점 커졌다.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구야."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분명 두려워야 할 상황인데, 묘하게 두렵지 않았다. 마치 이 발자국 소리가 나를 향해 온다는 것을 어딘가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야광석들의 빛이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져, 한쪽 면만 어둠 속에 떠올랐다. 그 그림자는 사람의 형태였다. 그러나 머리의 양쪽에 사람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솟아 있었다.
뾰족한 무엇인가. 살아서 움직이는 무엇인가. 개의 귀, 같은 무엇인가.
그림자의 입에서 의외로 가벼운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이 어려운 청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이? 너, 멀쩡한 거야?"
"…보아하니 진짜 「하이슬라임」은 아닌 것 같은데. 하이슬라임이 옷을 입을 리가 없잖아. 너, 도대체 뭐야?"
하이슬라임.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처음 만난 존재가, 갑자기 나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먼저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쪽이야말로, 누구신지요."
내 목소리에 그림자가 한 발짝 야광석을 밟으며 다가왔다. 그제야 그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한 명의 강아지 귀의 소녀가, 거기 서 있었다.
키는 나보다 작았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갈색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 사이로 작고 쫑긋한 강아지의 귀 두 개가 살짝 솟아 있었다. 눈은 동그랗게 크고,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양손은 망토 자락을 살짝 끌어안듯이 모으고 있었다.
소녀가 천천히 나의 야광석 빛을 받으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리고 살짝 미소 지었다.
"…나는 엘스(Else).
이 부근의 향정숲을 돌보고 있어.
너, 방금 외대륙에 떨어진 거야?"
…내가 외대륙에 떨어졌다는 것을 그녀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물어볼 새도 없이, 엘스라는 소녀는 한 걸음 더 다가와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따뜻했다. 그녀의 손은. 사람의 손과 다르지 않게 따뜻했다.
"…일단 따라와. 곧 두 번째 시대가 와. 시대가 바뀌는 동안 필드 밖에 있으면 큰일 나니까."
'…두 번째 시대? 시대가 바뀐다고? 그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그런 일이 가능한 세계인가, 여기는?'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가방을 한 번 등에 단단히 메고, 엘스라는 소녀의 손에 이끌려 야광석 위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하늘 저편에서 별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 태양은 이제 곧 다른 시간 안에서 다시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알던 어떤 시간도 아닐 것이었다.
— 第三話 끝 —
▸ 第四話 「향정숲의 슬라임」으로 이어집니다.
▣ 작가 노트
"외대륙(外大陸)"은 천하도의 가장 바깥쪽 원환을 가리키는 본 작품의 설정입니다. 천하도에서 부주산을 중심으로 「내해 → 외륜 → 외해」의 순서로 동심원 구조가 펼쳐지며, 외해 너머의 미지의 영역이 외대륙입니다. 산해경에 등장하는 군자국, 여인국, 대인국 등이 이 외대륙에 분포한다고 본 작품은 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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