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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본질/지리소설 the 천하도

the 천하도 - 제13화 뫼비우스의 띠

by 덕지덕지 2026. 5. 7.

THE 천하도

第十三話 ▸ 뫼비우스의 띠

안과 밖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띠의 진실.

신전의 둥근 천장에 박힌 작은 빛들이 한자리에 천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린이 두 발을 얼음 관 위에서 가만히 내려섰다. 그녀의 옅은 푸른빛 옷이 발걸음마다 옅은 김으로 흘러나갔다. 800년의 호흡이 그녀의 옷자락에서 천천히 풀려나가고 있었다.

"…모든 진실을 풀어 줄게. 천강. 그리고 엘스, 청아 너희들도 함께 들어 줘."

시린이 옅은 은빛 두 눈을 신전의 둥근 천장 쪽으로 가만히 던졌다. 작은 빛들이 한 호흡으로 한 번 더 강하게 깜빡였다. 그 빛 안에서, 한 자락 영상이 천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800년 전의 풍경

영상 안에서, 거대한 풍경이 펼쳐졌다.

살아 있는 천하도. 외륜에서 거대한 무리의 마룡족이 부주산을 점령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의지로 움직이는 군대가 아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띠 모양의 그림자가 떠 있었다. 한 면이 두 면이 되고, 두 면이 한 면이 되어, 안과 밖이 한자리에서 끝없이 뒤집히는 띠.

"…뫼비우스(Möbius). 마룡족 위에서, 차원의 안과 밖을 다루는 종족이야."

시린의 한 마디가 깊었다.

"뫼비우스는 두 차원을 한자리에 융합시키려 했어. 천하도의 차원과, 차원 너머의 또 다른 차원을. 두 차원이 한자리에 융합되면 새로운 차원이 만들어져. 그 새로운 차원이 뫼비우스의 진정한 영토야."

엘스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그녀가 한 호흡을 가만히 들이마셨다.

"…그래서 제네시스족이 봉인을 걸려고 결의를 모았어. 종족의 핵을 봉인의 자리에 묶었어."

시린이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녀의 두 눈이 깊어졌다.

"…그러나 봉인을 거는 그 자리에서, 우리 종족이 거의 멸종 직전까지 다다랐어. 봉인의 핵의 결을 차원 너머로 보내는 마지막 한 자리만 우리 종족에게 남았지."

시린이 옅은 은빛 두 눈을 하천강 쪽으로 가만히 던졌다.

"…너의 영혼이, 그 봉인의 핵이었어, 천강."

1830년의 자리

영상 안에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차원 너머의 한반도. 1830년의 한반도. 향정의 한 자리에 보통학교 하나가 세워지고 있었다.

학교의 한가운데에 둥근 돌의 결로 TO지도가 박혀 가고 있었다. 학교 본관의 한가운데에. 둥근 돌의 TO지도.

"…그 학교가 봉인의 외측 좌표였어, 천강."

시린의 말이 깊었다.

▸ 봉인의 좌표 구조

- 외측 좌표(外側 座標): 향정고등학교 · 1830년 개교

- 내측 좌표(內側 座標): 빙설지대 · 봉인 신전

- 두 좌표가 한자리에서 봉인을 묶는다.

- A002 차원 너머의 귀환 통로.

"…!"

하천강의 호흡이 가슴 안에서 멈췄다.

"…A002."

도서관의 그 자리. 책장이 사라진 자리. 석양빛이 그림자를 책 한 권 위에 멈춘 자리. 「향정보통학교이백년신화사」가 놓여 있던 자리.

시린이 끄덕임을 보탰다.

"…A002는 차원 너머의 귀환 통로였어. 향정의 학교가 1830년에 세워진 그 자리는, 너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자리였지."

"…그 자리의 사서가 너의 귀환을 안내했어."

하천강의 두 눈이 굳었다.

"…사서교사 경환?"

사서의 정체

엘스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그녀의 옅은 갈색 두 눈이 가만히 흔들렸다.

"…경환은 우리 쪽이야, 천강."

"…!"

하천강이 호흡을 가슴 안에서 멈췄다.

엘스의 한 마디가 깊게 흘렀다.

"…사서교사 경환은 수호종족이야. 우리 종족이 800년 전 너의 영혼을 차원 너머로 보낼 때, 그쪽 자리에서 너의 영혼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어."

"…향정의 학교가 1830년에 세워진 그 자리에서 사서로 200년을 한결같이 너를 지켜본 사람이야."

"…200년?"

"…수호종족의 수명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지요. 한자리에서 호흡을 200년 동안 한결같이 이어 갈 수 있는 종족이에요."

청아가 옅은 호박색 두 눈으로 한 마디 보탰다.

"…청구의 옛 기록에서도 「차원 너머 학교의 사서」가 등장해요. 그 사서가 800년 만에 「반환자」를 천하도 안으로 안내한다고 적혀 있어요."

하천강이 손등 위의 마블링을 다시 봤다. 마블링이 강하게 떨렸다.

'…그러면 사서 선생님은 800년 동안 나를 기다린 분이었구나.'

머릿속에 사서교사 경환의 메모가 다시 떠올랐다. 「한 달 후에 꼭 반납하셔야 합니다. 꼭… 반드시…」.

그 「반납」이 한 권의 책의 반납이 아니라, 너 자신의 영혼의 귀환을 의미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한 달 안에 봉인을 닫지 못하면 어떻게 돼?"

시린이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너의 영혼은 다시 한 번 두 자리로 갈라져. 17세 학생의 영혼은 향정고로 돌아가지만, 봉인의 핵의 결은 자리에서 무너져 두 차원이 한자리에 융합돼. 「뫼비우스의 융합」이 시작되는 거지."

"…그러면 두 차원의 모든 사람과 모든 자리가 한자리에서 안과 밖이 뒤집혀. 어떤 사람도 자기 자리를 알 수 없게 돼. 차원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원이 한자리에서 영원히 뒤집히는 거야."

청아가 옅은 호박색 두 눈을 가만히 굳혔다.

"…그래서 800년 동안 청구의 황녀들이 「반환자」를 기다려 온 거예요. 황녀의 결의가 800년 동안 한자리에 머물러 온 자리이지요."

친구의 자리

시린의 한 마디가 깊게 흘렀다.

"…너의 귀환의 자리를 뫼비우스도 알고 있어. 그래서 차원 너머에도 자기 화신을 심어 두었지."

"…화신?"

하천강의 호흡이 가슴 안에서 멈췄다.

시린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너의 가까이에 화신이 잠들어 있어, 천강."

하천강의 두 눈이 더 굳었다. 머릿속에서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친구 재준.

4교시 점심시간에 손을 흔들며 「야~! 천강아~ 밥 먹으러 가자!」라고 외친 친구. 1830년에 학교가 세워진 그 자리에서 「왜 1830년에 세워졌느냐, 그게 의문이라는 거지」라고 던진 친구.

'…재준이가 뫼비우스의 화신이라고?'

시린이 옅은 미소를 더 깊게 머금었다.

"…그 친구가 처음부터 뫼비우스의 화신이었던 것은 아니야, 천강. 그 친구는 「봉인의 일부」였어."

"…봉인을 외측 좌표에 거는 그 자리에서, 한 영혼이 너와 함께 보내졌어. 그 영혼이 차원 너머에서 너의 친구로 자라났지."

"…그러나 그 친구의 영혼이 17세에 다다랐을 무렵, 뫼비우스가 그 영혼을 잠식했어. 봉인의 일부가 뫼비우스의 화신으로 뒤집힌 거야."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한자리에서 뒤집혔어."

하천강의 가슴 안에 깊은 슬픔이 흘러 들어왔다. 친구가 처음부터 적이 아니었다는 그 사실이, 가장 깊은 슬픔이었다.

"…재준이를 다시 우리 쪽으로 데려올 수 있어?"

시린이 옅은 은빛 두 눈을 흐렸다.

"…그건 모르겠어, 천강. 뫼비우스의 잠식이 너무 깊어. 그러나 너의 「지도화」가 「현실편집(現實編集)」으로 진화한다면 가능성이 한 자락 열릴 수도."

"…현실편집?"

"…「지도화」의 위 단계. 9격에 다다른 「지도를 그리는 자」가 펼치는 결정적인 결의야. 천하도 그 자체를 손바닥 위에 펼쳐, 좌표 자체를 새로 그리는 결이지."

"…좌표를 새로 그릴 수 있는 자리에서, 한 사람의 영혼의 안과 밖도 다시 그릴 수 있어. 뫼비우스의 잠식의 결을 다시 그릴 수 있다는 뜻이지."

부주산을 향한 결의

시린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그녀의 두 눈이 깊어졌다.

"…모든 진실을 풀어 줬어, 천강. 너의 한 달의 진정한 의미를 풀어 줬지."

"…너의 한 달이 끝나기 전에 부주산의 정상까지 다다라야 해. 그 자리에서 뫼비우스의 본체와 만나야 해. 그 자리에서 봉인을 닫아야 해."

"…부주산까지의 길은 「오극(五極)」 입구를 거쳐야 해. 그 자리에 마룡족의 잔당과 궁기, 그리고 너의 친구의 화신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하천강이 호흡을 가슴 안으로 깊게 들이마셨다. 그의 두 눈이 결심으로 깊어졌다.

"…부주산까지 다녀올게."

"…재준이의 영혼을 우리 쪽으로 다시 데려올 수만 있다면."

엘스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청아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시린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천강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네 사람의 결의가 신전의 한가운데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신전의 둥근 천장의 작은 빛들이 다시 한 번 깊게 빛났다. 그 빛이 네 사람의 한가운데로 흘러내려, 옅은 황금빛으로 신전 안을 가득 채웠다.

시린이 옅은 푸른빛 옷을 가만히 한 결로 다듬었다. 그녀가 한 발자국을 신전의 입구 쪽으로 옮겼다.

"…800년 만의 첫 발자국을, 너희들과 함께 옮길게."

"…부주산의 정상까지."

부주산을 향한 마지막 한 발자국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출발

신전의 거대한 얼음 문이 한 호흡 동안 천천히 다시 열렸다.

네 사람이 한 발자국씩 빙설지대의 백색의 길 위로 다시 내려섰다.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시린이 두 손을 한 호흡으로 모았다. 그녀의 옅은 푸른빛이 옅은 빛으로 두 손에서 흘러나왔다. 그 빛이 빙설지대의 백색의 결을 한 호흡 동안 따뜻하게 데웠다.

"…모든 생명체와 대화할 수 있는 결이야. 빙설지대의 바람과 발자국이 결을 나누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져."

시린의 호흡이 옅어졌다. 그녀의 발걸음이 길 위에서 가벼워졌다.

사공이 작은 범선의 자리에서 네 사람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네 분이 함께 다녀오시는 풍경이올시다, 마마. 800년 만의 풍경입니다."

청아가 옅은 호박색 두 눈으로 사공에게 끄덕임을 보탰다.

"…부주산까지의 길을 부탁해, 사공."

"…부주산 입구의 「오극의 협곡」까지가 작은 범선이 다다를 수 있는 자리이올시다. 그 자리부터는 네 분이 자기 발자국으로 다녀오셔야 합니다."

하천강이 손등 위의 마블링을 다시 봤다. 마블링이 빛으로 깊게 깜빡였다.

▸ 「지도화」 좌표 갱신

- 다음 좌표: 오극(五極) · 협곡 입구

- 격(格): 3 · 「지도화」 응용 누적 확장 중

- 동행: 엘스(수호종족) · 청아(청구 황녀, 5격) · 시린(제네시스, 격 미표시)

- 부주산 정상까지 한 달 잔여: 12일.

작은 범선이 빙설지대의 백색의 부두를 다시 떠났다. 그 항로가 내해의 잔물결 위로 다시 흘렀다.

하늘 저편의 「눈을 감는 태양」이 한 호흡으로 두 눈을 잠시 가늘게 떴다 다시 닫았다. 다음 시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하천강이 호흡을 깊게 가슴 안으로 들이마셨다. 그의 옆에서 엘스가 어깨를 가만히 한 호흡으로 떨었다. 청아가 옅은 호박색 두 눈을 깊은 빛으로 가만히 굳혔다. 시린이 옅은 푸른빛의 옷자락을 가만히 한 결로 다듬었다.

네 사람의 한자리에서, 「반환자」의 마지막 발자국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 第十三話 끝 —

▸ 第十四話 「마지막 격」으로 이어집니다.

▣ 작가 노트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는 1858년 독일 수학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August Ferdinand Möbius)가 발견한 한 면짜리 위상수학적 도형입니다. 띠의 한 끝을 비틀어 다른 끝과 이어 붙이면 한 면이 두 면이 되고, 두 면이 한 면이 되어,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지는 도형입니다. 본 작품에서 뫼비우스 종족은 두 차원의 안과 밖을 뒤집어 융합시키려는 종족으로 설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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