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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 어딘가에 묻혀 있을, 우주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지구 어딘가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숨겨진 보물들을 같이 찾아봐요!
지리학자의 본질/지리소설 메르카토르

제30화 — 두 어머니의 방

by 덕지덕지 2026. 5. 23.

제30화 — 두 어머니의 방

— 1 —

미닫이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문 너머의 방은 작았다. 사람 키 두 배 정도의 폭이었고, 길이는 그보다 조금 더 깊었다. 옛 한국의 안방과 닮은 모양이었지만, 사방 벽이 짙은 회색 종이로 단정히 발려 있었고, 천장에는 둥근 종이 등 하나가 가는 빛을 흘려 보냈다. 등불의 빛이 노랗지 않고 부드러운 흰빛에 가까웠다. 빛이 사방의 회색 벽에 부드럽게 흡수되면서, 방 안의 모든 사물이 옅은 흰 자취로 비쳐 보였다.

방의 가운데에 작은 다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탁 양쪽에 옛 한국 좌식 자리가 가지런히 마련되어 있었고, 그 자리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다. 두 분 다 옅은 흰 옷에 짙은 회색 띠를 어깨에 둘렀다. 머리는 두 분 모두 길게 하나로 묶었는데, 한 분은 검은 머리고 다른 한 분은 그 안에 흰 자취가 차츰 섞여 있었다.

검은 머리가 메르의 어머니였다.

메르의 호흡이 멎었다.

어머니의 모습은 12년 전 부엌의 작은 식탁 옆에서 자기 머리를 빗어 주시던 그 새벽 그대로였다. 한 평생 자식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 온 어머니의 모습이, 옛 한국의 안방과 닮은 이 작은 방 한가운데에서 자식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이 다탁 위에 단정히 놓여 있었다. 그 손이 12년 전 자기 머리에 닿던 그 손가락 그대로였다. 시간이 어머니에게는 흐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비티움 호수 안쪽의 시간이 바깥의 시간과 다른 박자로 흐른다는 풀이가, 어머니의 모습으로 또렷이 짚이고 있었다.

어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메르를 보았다.

메르의 눈가가 젖었다.

어머니의 눈빛이 처음 본 사람을 받아들이는 눈빛이 아니었다. 12년 동안 매일 자기 자식의 안부를 마음에 두고 살아온 사람이, 그 자식을 처음으로 자기 눈으로 마주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어머니가 자식의 부재를 12년 견디시는 일이 자식이 어머니의 부재를 12년 견디는 일과 같은 무게였다는 사실이, 어머니의 눈빛 안쪽에서 차분히 풀려나고 있었다.

"메르."

어머니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자식의 이름을 자기 입으로 옮기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엄마."

메르의 답이 한 마디로 짧았다. 자기 안쪽에 12년 동안 두고 외면해 온 그 한 마디. 검은 호수의 부두에서 그리움을 자기에게 처음 허락한 자취가, 어머니 앞에서 한 마디 답으로 자연스럽게 풀려나오고 있었다.

어머니가 다탁 옆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메르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셨다. 메르도 동시에 한 발자국 앞으로 옮겼다. 모녀가 다탁의 한 발자국 거리에서 마주 섰다.

어머니가 부드럽게 메르를 안으셨다.

메르의 호흡이 어머니의 어깨 너머에서 차분히 가지런해졌다. 어머니의 어깨에서 옅은 풀잎 향이 났다. 부엌의 그 새벽에 어머니의 옷에서 났던 그 향과 다르지 않은 향. 12년이라는 시간이 어머니의 자취를 어디로도 옮기지 않았다는 사실. 어머니가 자기를 기다리신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고 계셨다는 사실. 그 사실이 메르의 가슴 안쪽에서 12년의 무게를 한꺼번에 풀어주고 있었다.

— 2 —

방의 다탁 반대편에 토르의 어머니가 단정히 앉아 계셨다.

토르가 어머니의 모습을 처음으로 자기 눈으로 보았다.

관흉국 사람의 가슴 구멍이 어머니의 가슴 한복판에도 또렷이 있었다. 토르의 것과 닮은 모양, 닮은 크기. 구멍에서 옅은 흰빛이 부드럽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흰빛 안쪽에 검은 자취 한 가닥이 같이 흐르고 있었다. 토르의 가슴에서 새로 자라난 두 빛과 닮은 짜임. 어머니가 50년 전부터 두 빛을 같이 가지신 분이었다는 사실. 토르의 가슴에 검은빛이 자라기 전부터, 어머니의 가슴 안쪽에서 두 빛이 한 자리에서 흘러왔다는 사실.

어머니의 머리는 검은 자취 안쪽에 흰 자취가 차츰 섞여 있었다. 메르의 어머니보다 한 사람 분의 나이가 더 묻어 있는 머리였다. 50년 전 두 분이 함께 들어오셨지만, 토르의 어머니는 그 50년에 자기 평생을 묻으신 흔적이 머리에서 옅게 짚이고 있었다. 토르 자신의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를 토르가 자기 평생 묻지 못한 사실. 그 침묵이 토르의 어머니가 자기 평생 한 손에 받아 들고 사신 짐이었다는 사실. 어머니의 머리에 차츰 섞인 흰 자취가 그 짐의 무게로 짚여 있었다.

"토르."

어머니가 다탁의 자리에서 부드럽게 일어나셨다. 토르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셨다. 어머니의 옷자락이 다탁 옆에서 부드럽게 끌렸다.

"어머니."

토르가 어머니의 이름을 평생 처음으로 자기 입으로 부른 자리. 두 살에 보낸 어머니를 50년 만에 자기 눈으로 본 자리. 검은 호수의 작은 배 위에서 자기에게 처음으로 허락한 한 마디가, 어머니의 모습 앞에서 자연스럽게 풀려 나왔다.

어머니가 토르 앞에서 한 발자국 멎으셨다.

자식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셨다. 두 살에 두고 가신 자식이 50년 뒤에 자기 앞에 어른의 모습으로 도착한 자리. 어머니의 눈빛이 부드럽게 떨렸다. 그 떨림 안쪽에 어머니가 50년 동안 가슴에 안고 사신 모든 모성이 차분히 풀려나오고 있었다.

"네 가슴에 두 빛이 흐르네."

어머니가 토르의 가슴 위에 부드럽게 손바닥을 얹으셨다. 어머니의 손이 토르의 두 빛 위에 닿는 자리에서, 어머니의 손바닥과 자식의 가슴 빛이 같은 박자로 흘렀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같은 가락을 받은 두 사람의 가슴이 50년 만에 한 자리에서 다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잘 살아 왔구나, 토르."

어머니의 한 마디였다. 토르가 자기 평생 한 사람에게서 듣고 싶었지만 한 번도 듣지 못한 한 마디. 자기 어머니가 자기를 잘 키워졌다고 짚어 주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50년의 침묵을 단번에 풀어내는 결로 토르의 가슴 안쪽에 깔렸다.

토르가 어머니를 부드럽게 안았다. 어머니의 어깨에서 옅은 능선의 풀잎 향이 났다. 자기 마을 뒷산의 새벽 풀잎과 닮은 향. 어머니가 50년 동안 잠긴 도시 안쪽에 계셨지만, 어머니의 자취는 토르의 마을과 어딘가에서 자연스럽게 묶여 있었다.

서연이 두 사람의 만남을 옆에서 받쳐 들었다. 자기는 어머니의 가락으로 자라난 그릇이지만, 자기 평생을 직접 안아 주신 어머니의 손이 없는 사람이었다. 두 친구가 자기 어머니의 손에 안기는 자리를 옆에서 받쳐 드는 일이, 서연 자신에게도 자기 자리를 짚는 자취였다.

메르의 어머니가 메르를 가만히 풀어 주신 뒤, 서연 쪽으로 시선을 옮기셨다.

"서연."

서연의 호흡이 멎었다.

"제 이름을 아세요?"

"서연 양 이름을 50년 전에 어머님이 지어 두었어. 비티움이 그릇을 빚기 전에, 그 그릇 안쪽에 자기 가락 한 자락을 묻어 두면서 같이 새겨 두었지. 서연. 부드러운 자기 인연이라는 뜻이야."

서연의 눈가가 젖었다.

"메르 어머님께서 제 이름을 직접 지어 주신 거예요?"

"비티움이 그릇 안쪽에 가락을 묻기 전에 그릇에게 이름이 없으면, 그릇이 자기 자리를 못 잡아. 자기 가락을 묻기 직전에 이름을 짚어 두어야 그 가락이 자기 자리에 자라날 수 있어. 그래서 서연 양 이름은 어머님이 지어 주셨고, 어머님께서 그 이름을 50년 동안 자기 안쪽에서 부드럽게 부르고 사셨어. 메르 양의 자매가 자기 자리에 자라나기를 매일 기도하면서."

서연이 어머니 앞으로 발을 옮겼다.

어머니가 부드럽게 서연을 안으셨다.

"어머니, 저는 어머님 따님이 아닌데, 제가 받아도 되는 자리일까요?"

서연의 한 마디가 어머니의 어깨 너머에서 부드럽게 새어 나왔다.

"엄마는 한 자식만 키우는 게 아니야. 자식이 한 자리에서 자기를 잘 키우려면, 자기 자매도 있어야 하고 자기 친구도 있어야 해. 서연 양은 메르의 자매고, 그러므로 메르의 엄마는 서연 양의 엄마이기도 하지. 어머님이 서연 양을 50년 동안 자기 자매로 마음에 두고 사셨으니까, 서연 양도 어머님을 자기 어머니로 모셔도 돼."

서연이 어머니의 어깨에서 차분히 울었다. 자기 평생 어머니라는 자리를 자기에게 허락받지 못한 사람이, 한 어머니에게서 처음으로 자기를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자리. 비티움의 그릇으로 빚어진 50년 동안 외면받아 온 자기 자리가, 한 어머니의 어깨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리를 받은 결.

— 3 —

두 어머니가 자식들을 다탁 옆 자리로 안내하셨다. 메르가 자기 어머니 옆에, 토르가 자기 어머니 옆에, 서연이 두 어머니의 사이 자리에 단정히 앉았다. 다탁 위에 옅은 회색 차가 한 주전자 우러나 있었다. 어머니들께서 자식들의 도착을 기다리시며 미리 우려 두신 차였다.

토르의 어머니가 차 한 잔을 따라 주셨다.

"내 이름은 박지원. 옛 약초의 풀밭이라는 뜻이지. 50년 전에 자기 이름을 짚어 두고 들어왔어. 토르 안쪽에서 평생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 짚이지 않은 자취가 있었는데, 이제 그 자취가 한 이름으로 자리잡았을 거다."

"박지원."

토르가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자기 입으로 처음 굴려 보았다.

"내 의식 이름은 '화안'이고. 부드럽고 평안하다는 뜻이지. 자기 평생을 자기에게 부드럽게 부르며 사느라 그 이름을 새겼어. 두 자식이 한 자리에서 도착하시는 자리를 매일 그리면서, 그 이름으로 자기를 부드럽게 다독였지."

"화안."

토르가 어머니의 의식 이름을 부드럽게 받았다.

메르의 어머니가 자기 잔을 들으셨다.

"메르, 너도 비명원에서 내 의식 이름을 들었지? 서경."

"네, 엄마. 그 이름을 부르고 왔어요."

"잘했어. 자식이 어머니의 의식 이름을 부드럽게 부른 자리에서 비티움이 자기 자리를 잃었지. 서연 양 안쪽의 비티움 가락 한 자락이 그 부름의 박자에 같이 풀려 나왔고."

"엄마,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응."

"왜 저한테 한 마디 안 남기고 가셨어요? 12년 동안 매일 그 한 마디를 생각했어요."

어머니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메르의 손을 다탁 위에서 잡으셨다.

"한 마디를 남기고 갔으면, 메르가 한 마디에 매여서 자기 자리를 못 자라났을 거다. 부재 안쪽에서 자기를 부드럽게 키우는 자리를 12년 두고 가는 것이, 자식에게 한 마디 남기고 가는 것보다 더 무거운 결심이었어.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가장 깊은 자리는 한 마디 남기고 가는 자리가 아니라, 한 마디 남기지 않고 가서 자식의 자기 자라남을 기다리는 자리야. 그 자리가 엄마가 너에게 한 가장 무거운 사랑이었어."

메르의 손이 어머니의 손바닥 안쪽에서 따뜻해졌다. 12년 동안 그리워한 한 마디가 사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가장 깊은 사랑이 한 마디 없음의 자리였다는 사실. 어머니의 부재가 어머니의 무관심이 아니라 어머니의 가장 깊은 결심이었다는 풀이가, 메르의 마음 안쪽에서 차분히 자기 자리를 잡았다.

박지원이 토르 쪽으로 시선을 옮기셨다.

"토르도 마찬가지였어. 두 살에 너를 두고 가는 일이 엄마의 평생 가장 어려운 결심이었지. 그러나 너를 두 살의 자식으로 안고 살면, 너의 견딤이 자라날 자리가 없어. 두 살의 아이가 자기 안쪽에서 견딤을 키우는 일이 어머니 옆에서 자라나는 일보다 더 깊은 자리에 사람을 키운다는 사실. 그 사실을 자기 자식에게 빌려주는 일이, 그때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결심이었어. 잘 자라났구나, 토르."

토르의 가슴 안쪽 두 빛이 같이 떨었다.

"엄마, 큰어른께서 두 분 사이 친구라고 짚어 주셨어요. 그분도 가셨어요."

"알고 있어. 50년 전 약속이 있었지. 토르가 어른이 되면 큰어른이 너를 보내 주시기로. 큰어른이 자기 평생 너를 옆에서 받쳐 들어 주셨고, 마지막 자취까지 부드럽게 풀어 두고 가셨어. 큰어른 옆에서 잘 자라난 자식을 50년 만에 다시 받게 되어서, 엄마가 큰어른께 평생 빚을 진 셈이지."

— 4 —

두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의식의 마지막 자취를 풀어 주시기 시작했다.

메르의 어머니가 다탁 위에 작은 자기 막대를 한 자루 꺼내 놓으셨다. 메르의 막대와 닮은 모양. 길이가 같았고, 검은빛 한 가닥이 안쪽에서 흘렀다. 어머니가 50년 동안 자기 자리에 두고 안아 들이신 자기 도구였다.

"마지막 자취가 두 개 남아 있어. 천계와 지옥계. 두 갈래가 다 풀려야 별이 닫히는 결로 변해. 다섯째 갈래는 별을 안 닫지만, 두 마지막 자취가 닫히면 별 일곱 개가 차츰 다른 빛으로 옮겨 가. 두려움의 자리에서 다정함의 자리로."

"엄마들도 같이 가시는 거예요?"

메르가 차분히 물었다.

"같이 가. 두 자식이 옆에 있는 자리에서 천계와 지옥계를 풀어내는 일은 자식만의 일이 아니야. 어머니들이 50년 동안 받쳐 든 일이 그 자리에서 마무리되거든. 자식과 어머니가 한 자리에서 마지막 의식을 풀어내야, 도시가 부드럽게 사람의 자리로 돌아가."

"도시가 사라지는 거예요?"

토르가 짚어 물었다.

박지원이 부드럽게 답하셨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자리로 돌아가. 비티움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외면을 안아 들이러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리로. 도시 안쪽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 머무르고 싶으면 머무를 수 있고, 자기 자리에서 사람의 마을로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갈 수 있는 자리. 도시가 적이 아니라 다정한 자리로 돌아가는 결."

메르의 어머니가 메르의 검은 막대 옆에 자기 막대를 가지런히 두셨다. 두 막대가 다탁 위에서 같은 박자로 떨었다.

"천계로 가는 자취를 짚어 줄게. 도시의 북쪽 끝에 옛 사찰이 한 채 있어. 사찰의 마당 한가운데 작은 우물이 천계로 가는 입구야. 그리고 지옥계로 가는 자취는 도시의 남쪽 끝에 있어. 옛 무덤이 한 채 있는데, 그 무덤 안쪽이 입구지."

"어디부터 가요?"

서연이 짚어 물었다.

"천계부터. 천계의 사람들이 한 평생 자기를 다정하게 두지 못한 자취를 받쳐 들고 있어. 그 받쳐 듦이 풀려야 사람들의 다정함이 별로 옮겨 갈 자리가 열리거든. 지옥계는 그 다음에. 지옥계의 사람들이 한 평생 자기 두려움을 모셔 두고 살아온 자취를 풀어내는 일이고."

메르가 자기 막대를 어머니의 막대 옆에 두었다. 토르가 가슴 위에 손바닥을 댔다. 서연이 자기 가슴팍에 손바닥을 댔다.

"같은 박자에."

다섯 사람의 도구가 다탁 위에서 모였다. 막대 두 자루의 가닥, 토르의 두 빛, 서연의 두 가락, 두 어머니의 손바닥. 다탁의 한가운데에서 빛이 차분히 흘렀다. 옅은 흰빛, 옅은 검은빛, 옅은 자줏빛, 옅은 노란빛이 한 자리에서 부드럽게 만났다. 자식 셋과 어머니 둘이 50년 만에 한 박자로 호흡한 순간이었다.

방의 사방 회색 벽이 차분히 따뜻해졌다. 도시의 떨림이 한 자락 잦아들었다. 어머니들이 50년 동안 받쳐 든 도시의 무게가 자식의 도착으로 옅게 풀려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다섯째 갈래의 마지막 자리가 안아 들여졌다."

박지원이 부드럽게 짚어 주셨다.

"이제 천계로 옮겨 가자. 우리 다섯 사람이서."

메르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박지원도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두 자식과 자매가 어머니들 옆에서 같이 일어났다.

미닫이 문 너머에서 비익조가 부드럽게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사람과 비익조가 작은 방에서 회랑으로 발을 옮겼다. 도시의 한 가락이 다섯 사람의 발자국 박자로 가지런해지고 있었다.

하늘의 별 일곱 개는 잠긴 도시 너머 어딘가에서 변함없이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별빛의 결이 차츰 옮겨 가기 시작하는 자취가, 두 어머니의 손바닥 너머에서 짚이고 있었다. 두려움의 검은 점에서 다정함의 다른 빛으로 옮겨 가는 흐름의 첫 자락이 30화의 작은 방에서 시작된 셈이었다.

(3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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